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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18.03.03
[Why] 샘터의 변신, 公共을 팝니다어수웅·주말뉴스부장
대학로 '샘터' 건물의 주인이 '공공그라운드'로 바뀌었다는 기사는 여러 번 나왔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했습니다. 공공(公共)의 사전적 의미는 국가나 사회의 구성원에게 두루 관계되는 것. 좋은 말이지만, 모호하잖아요.
빨간 벽돌과 담쟁이넝쿨로 이름난 그 건물에서, 이번 주 '공공그라운드 공공일 오프닝 파티'가 있었습니다. 공공일은 001. 이런 건물 수백 호를 이어가겠다는 야심의 일련번호더군요.
이날 행사의 사회를 맡은 공공그라운드 배수현 대표가 공공그라운드와 파트너사의 정체성을 세 가지로 압축했습니다. 키워드는 각각 부동산, 미디어, 교육. 부동산에 투자하는 공공그라운드, 미디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메디아티(mediati·미디어를 하는 사람들), 그리고 새로운 교육실험에 투자하는 씨 프로그램(C Program). 이들이 자본을 대고 후원하는 10여개 스타트업과 비영리기구가 빨간 벽돌의 001호에 입주해 있었습니다.
여러 입주사가 자신들의 비전을 소개했는데, 이 중 디자인 전문 기업 에이드런(a'dren) 최재은 대표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에이드런은 'All the Children'을 줄인 말. 보육원 등 아이들을 위한 시설에서 미대생들이 봉사 활동을 하고, 그곳 아이들의 아이디어를 에코백·지갑·운동화 등의 디자인 상품에 담아냅니다. 처음에는 그 아이들의 디자인을 제품으로 만들고, 기부 차원에서 사주는 것으로 오해했죠. 아니었습니다.
청소나 빨래가 아니라 자신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미술 수업으로 봉사를 하고, 제품은 아이들 디자인이 아니라 아이들의 말에서 영감을 얻은 프로 디자이너의 제품이라는 거죠. 한지 염색 수업에서 '차가운 꽃이 핀 것 같다'는 아이의 표현 덕분에 완성했다는 스마트폰 디자인은 정말 예쁘더군요.
지난번 '임팩트(impact) 투자'(본지 1월 20일자 B1면)에서도 강조했지만, 요즘 능력 있는 젊은 세대의 지향은 좋은 일을 하면서 돈도 벌자는 것. 무조건 이익만을 추구하지도 않지만, 스스로를 희생해야 하는 자선이나 기부도 사양입니다. 이들의 구체적인 公共을 응원합니다.